'meade'에 해당되는 글 3건
- 2014.01.08 Meade ETX-125PE 사용기
- 2013.12.22 [딸래미와 별보러가기 2] 한강공원에서의 첫번째 관측
- 2013.12.22 [딸래미와 별보러가기 1]천체망원경을 지르다
1. ETX에 대한 오해
- ETX는 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진다.
코망이 시중에 풀린 후로 더했지만, 이전부터 ETX에 대한 평가는 그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습니다. 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집니다.
신품가로 200만원에 육박하면서 5인치밖에 안되는 구경.. 어설픈 만듦새.. 부정확한 GOTO..
중고가는 100만원 언저리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전 90에 떠나보냈습니다만..)
그 가격에 ETX 수준의 망원경을 구한다는 건 쉽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막스토브 5인치에 GOTO 경위대.. (GOTO 경위대를 찾기 쉽지 않네요..)
ETX의 가격대 성능비에 대한 비교는 어디까지나 돕소니안에 비해서라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려봅니다.
돕소니안의 가격대 성능비를 따라갈 망원경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ETX는 돕소니안과는 다른 부류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알루미늄케이스 하나와 가대면 모든 구성품이 완료입니다. 포터블함에서 돕소니안과 비교할 수 없죠
ETX에 안시 성능을 돕소니안과 비교하면 답이 없듯이 포터블함을 돕소니안에 적용한다면 돕소니안이
답이 없을 겁니다.
- ETX는 안시성능이 떨어진다.
5인치 구경의 한계는 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차폐율이 적은 막스토브 방식입니다.
반사나 슈미트에 있는 광축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막스토브는 밀폐형이어서 경통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한 광축이 나갈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의외로 ETX의 경통은 괜찮습니다. 시상이 최고가 아닌 날에도 300~400배는 거뜬이 보여줬습니다.
(물론 편차는 있겠지만.. - 뽑기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의 : 아이피스가 좋아야 합니다.)
냉각만 잘 시킨다면 평균 이상의 상을 보여주는 경통입니다.
메시에 목록 대부분은 ETX로 관측을 했습니다.
2. ETX를 ETX답게 써보기 위해서...
ETX는 출시된지 오래된 만큼 단점이 많은 기종입니다.
부실한 포크암.. 백래쉬.. 부정확한 GOTO.. 포커싱의 불편함.. 이미지 쉬프트.. 주경흘러내림 등..
열거하자면 몇페이지를 쓸 수 있습니다.
ETX-125PE의 중요한 모듈인 LNT모듈이 작동하지 않아 A/S를 갔을때도..
미드코리아 담당자가 만듦새가 부실하다면서, 모든 선을 다시 배치해주셨습니다. (무료로..)
PE는 LNT모듈이 연결되어있어, LNT모듈이 내장되어있는 레드닷파인더를 분리할 수가 없는데..
레드닷파인더가 연결되어있는 상판이 나사 하나로 고정되어 있어 덜렁덜렁거립니다..
매번 파인더 정렬을 다시 해줘야 하죠..
ETX의 기어는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습니다. 금속으로 되어있는 것보다 내구성이 약합니다.
오차도 있고.. 아이피스쪽이 무거우면 흘러내리기도 합니다.
주경 이동을 이용한 포커싱 방식에서는 고질적인 이미지 쉬프트나 주경흘러내림은 ETX도 마찬가지입니다.
ETX의 포크암의 고정 다이얼(?)은 내부가 플라스틱이라 너무 꽉 돌려주면 내부 부품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적당한 힘으로 조여줘야하는데 이게 약하면 흘러내립니다.
뒤에 카메라 등 무거운걸 연결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어 약간 느슨하게 고정하고 쓰다가..
안정적인 관측을 위해서 웨이트발란스를 붙여주었습니다.
ETX 경통 아래에는 1/4 (3/8..?) 나사산이 있습니다. 도브테일플레이트 하나 연결해주고 300g 무게추를 달아서
조정해주니 매우 안정적이 되었습니다. 무게 중심을 잘 맞춰주면 아주 스무스하게 움직입니다.
ETX에 내장된 모터는 코망과는 달리 5인치 경통에 여러가지 달아도 충분히 움직여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망은 카메라가 좀 무거워도 경통이 처지고 올리지를 못하더군요..)
백래쉬로 인한 지연은 Autostar의 기능 중에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옵션이 있습니다.
값을 올려주면 반응 속도가 빨라집니다. (기본값은 0으로 100에 가까울 수록 빠릅니다.)
Autostar의 기본 기능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합니다.
몇번 값을 조정해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값을 찾으면 됩니다.
부정확한 GOTO.. 저도 처음 ETX를 사고서 2개월간 GOTO로 뭔가를 찾은 적이 없습니다.
매번 관측 나가서 정렬한다고 아크투르스와 스피카만 보고 왔습니다.
주로 별하늘 사진 촬영을 했으니 그냥 저냥 살았습니다.
ETX의 GOTO 성능에 실망하셨다면 다음을 체크해보세요..
ETX는 1900mm의 장촛점입니다. 기본 번들 26mm는 73배율입니다만.. 프뢰슬이다보니 시야가 넓지 못합니다.
좀 더 광각으로 장촛점 광시야 아이피스를 써보면 거의 대부분은 시야에 넣어줌을 알 수 있습니다.
수평은 기본이고, 파인더 정렬은 필수입니다.
아예 십자선 아이피스까지 동원해서 정렬했습니다.
그래도 잘 안된다면.. Autostar의 기능을 활용합니다.
미드의 Autostar는 상당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준비되어있습니다.
(코망의 넥스타는 아직 많이 안써봐서 단정지을 수 없지만 Autostar보다 못한듯합니다.)
Autostar를 이용한 스타호핑이라고 할까요.. 그런 기능이 Autostar에 있습니다.
setup - telescope - high precision을 on으로 하면
GOTO 실행시 바로 그 대상으로 가지 않고 주변의 가까운별로 이동합니다.
그 별을 아이피스 중앙으로 이동시키고 엔터를 누르면 그 위치를 기준으로 원래 지정한 대상을 찾아갑니다.
지정한 대상을 시야에 도입했다면 엔터키를 눌러 싱크를 시켜주면 정밀도는 높아집니다.
그래도 찾는 대상이 시야에 없다면.. 주변 탐색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GOTO버튼을 길게 눌러주면 주변을 자동으로 훑습니다. 보고 있다가 대상이 보이면 엔터를 누르고
싱크 해주면 됩니다.
ETX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GPS까지 추가로 연결했더니 정밀도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모터 트레이닝이나 센서트레이닝은 가끔 해주면 만족할 만한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포커싱의 불편함
이건 답이 없습니다. 구조 자체가 그래서.. 모터포커스로 해결했습니다.
코망처럼 떨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워낙 고배율이다보니 400배 이상으로 대상을 볼 때
포커싱하는게 불가능합니다. 그냥 모터포커스를 달 수 밖에 없더군요..
플렉시블노브를 처음 이베이에서 직수입했는데 천정부근을 관측할 때는 경통과 가대 사이의 공간이 적어
플렉시블노브도 끼어버립니다. (선이 얇으면 모르겠네요.. - 제가 구입한 건 굵은거라..)
주경 흘러내림은 천정부근을 2~3시간 관측해야 좀 흘러내릴까 정도니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만..
흘러내렸을 경우 다시 포커싱할 때 모터포커스나 플렉시블노브라도 없으면 정말 난감합니다.
손이 들어갈 공간이 매우 좁습니다.
이미지쉬프트
이미지쉬프트는 고가의 카세그레인 경통이 아니면 다 상존합니다.
ETX도 이미지쉬프트가 있습니다만.. 주경이 5인치로 큰 편이 아니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ETX를 제대로 써보기 위해서는 투자할 것이 꽤 있었습니다.
민감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굳이 투자할 정도인가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3. ETX.. 사진과 안시..
ETX는 어중간합니다.
구경으로 인해 안시도 어중간하고.. 사진 촬영을 위한 준비는 되어있는데 사진을 본격적으로 하긴 아쉽고..
ETX의 가대는 적도의식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상판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정밀합니다.
상판들 들어올리고 방향을 이리저리 틀어 북극성을 시야 중앙에 정렬하고 Autostar에서 적도의식으로 셋팅하면
적도의식으로 동작을 합니다.
ETX의 뒤에 카메라를 연결하면 가대에 걸려 범위가 좁은데 적도의식으로 전환하면 아주 여유롭지는 않지만 쓸만합니다.
게다가 별매의 ETX-back cell를 뒤에 연결하면 카세그레인용 악세서리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리듀서, 비축가이드 등등..)
굳이 뒤에 연결하지 않고 위쪽에 연결해도 웬만한 건 다 촬영할 수 있습니다.
위에 카메라를 연결했다고 모터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안시와 사진을 어느정도는 다 할 수 있는 전천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ETX의 가대는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상이 흔들릴 정도로 부실하지 않습니다.
가끔 코망하고 비교가 있는데.. 코망과 비교 자체가 안됩니다. (그만큼 코망이 부실하다는 얘기죠..)
4. ETX의 안시성능
ETX로 관측하면서 가장 불편한건 안시성능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고배율이라서 문제였습니다.
M31이 30mm 82도 광시야 아이피스에서도 한 시야에 안들어옵니다.
기본 번들인 26mm로 보면 핵만 보여서 솜털 뭉친 것밖에 안보입니다.
기본 1.25인치만 지원하기 때문에 1.25 - 2인치 어댑터를 구해서 2인치 장촛점 아이피스를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한 시야에 안들어오는 것들이 많습니다.
좋은 건 날카로운 별상이었습니다. 굴절에 비견될 만한 날카로움이 있고, 색수차도 거의 없습니다..
(촛점비가 길다보니.. - 주변부는 쫌 안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퍼지는 것과 스파이더 회절상이 있는 게 분위기 있어 좋은데..
그런거 없습니다. 플레아데스가 밝은 별 총총만 있는 건 큰 불만이었습니다.
5인치지만 볼만한 것들은 다 볼 수 있습니다.
Autostar의 목록에는 블랙홀이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볼 수 있는것도 아닌데..
여튼 Autostar 목록 모두를 볼 수는 없습니다.
별상이 날카로와 구상성단과 산개성단이 성운이나 은하보다는 더 좋습니다.
그보다 더 좋은건 행성상이구요.
코망보다 더 잘보이는 건 확실합니다.
5. ETX 액세서리
바로우 : ETX는 플립미러가 내장인데다 미러부터 아이피스 홀더까지 거리가 짧아 슬리브가 짧은 숏바로우만 가능합니다.
롱바로우는 플립미러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정립프리즘 : ETX 뒤쪽은 외경이 1.25인치와 비슷한 크기라 전용 정립프리즘이 필요합니다. back-cell이라는 걸 끼우면
카세그레인용 정립프리즘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25-2인치 어댑터 : 2인치 아이피스를 사용하려면 써야합니다. 장촛점 아이피스는 2인치가 많다보니 있는게 아무래도
좋습니다. 비네팅이나 이런건 없습니다.
파포컬링 : 플립미러를 이용해서 배율을 전환해서 보려면 파포컬링이 있어야 합니다. 위와 뒤의 촛점거리가 안맞습니다.
파포컬링으로 잡아놓지 않으면 미러를 올리고 내릴 때마다 촛점을 다시 잡아줘야 합니다.
GPS : GPS의 유무에 따라 정밀도 차이가 의외로 큽니다. 얼라인 시 처음 별을 찾아가는 정도가 다릅니다.
리듀서 : ETX는 F15입니다. 사진 촬영을 하려면 리듀서는 필수이고. 막스토브에는 코마수차 보정이 다소 되기 때문에
코마콜렉터보다는 플래트너 기능이 있는게 좋습니다.
6. 마치며
GOTO에 포터블함에 간편함에 ETX 시리즈에 꽂혀서 질문하시는 초보분들이 많으셨는데..
이젠 코망 때문에 그런 분들도 적어진 듯 합니다.
차 트렁크와 뒷좌석에 가득 채워서 관측지와서 조립하고.. 광축 정렬하고.. 파인더 정렬해서 스타호핑으로 별찾는것과
트렁크에 알루미늄 박스 하나와 가대 넣고 관측지 와서 가대 세우고 망원경 올리고 GOTO로 찾아서 별 보는 것은
천지 차이죠.. 물론 GOTO도 별자리를 알아야하지만.. (ETX-125PE는 Automatic align으로 별을 몰라도 됩니다.)
제대로 관측한다고 한다면 ETX는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투자도 많이 해야 하는 망원경입니다.
그러나 가볍게 캠핑가서 펴놓고 잠깐 보고 할 정도라면.. 그냥 별보다가 달 좀 크게 보고 할 정도라면
ETX를 따라올 망원경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코망과 ETX를 둘다 내놓고 먼저 팔리는 걸 팔고 하나는 딸래미를 주려고 했는데..
역시나 코망 문의가 많아서 딸래미한테는 ETX를 주겠다고 한 상태인데.. 아쉽게도 코망 문의가
모두 택배거래라서 성사가 안되던 차에 ETX를 인수하시겠다는 분이 나타나셔서 떠나보냈습니다.
사실 ETX가 좀 아쉽긴 합니다. 그만큼 정도 많이 쏟았는데..
ETX는 일반적인 관측 차원에서 봤을 때 가성비 떨어지는 망원경일 뿐.. 조금 용도를 다르게 보았을 때는
매우 좋은 망원경이 아닐까 합니다.
PS> 결론 : 망원경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건 자기가 어떻게 쓰냐가 아닐까 합니다.
한강공원에서 Meade ETX-125PE 설치 후 관측 / 성연이 키에 맞춘다고 가대를 짧게 했더니.. ㅠ.ㅠ 2012.05.23 한강공원 망원지구에서 촬영 |
천체망원경을 산 주의 금요일 저녁.. 와이프는 야근때문에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어이 딸래미, 천체망원경이 왔으니, 오늘 천체망원경으로 달이나 보러가자.."
"웅. 어디로 갈껀데"
"처음 가는거니 가까운데 한강공원이나 가자"
(사실 별보는 걸 12년이나 쉬었더니 별 볼만한 관측지를 하나도 모르는 상황.. 그나마 인터넷 검색을 해서 서울에서는 한강공원 망원지구가 그 중 가장 어둡다는 걸 확인해서 한강공원으로 가자고 한건데..)
"웅. 가자.."
저녁을 간단히 먹고, 간식거리를 대충 챙겨서 한강공원으로 갔다.
월령도 안보고 왔는데.. 월령이 좋은 날이다. (근데 이게 악재로 작용할 줄이야..) 1)
한강공원 망원지구를 지나 캠핑장 근처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아빠가 천체망원경 얼렁 설치할께.."
"나 심심해"
"주위에 멀리가지 말고 주차장에서 놀구있어"
"웅 다 되면 불러"
"설치하면서 망원경 얘기해줄께"
"그냥 뛰어놀고 있을께.."
"안돼, 망원경에 관심을 가져야만 해!!"
"그럼 설명해줘"
천체망원경의 삼각대를 세운다.
"성연이가 봐야하니까 높이를 최대한 낮춰줄께.. 이 삼각대를 세울 때 수평을 잘 맞춰야해"
"나 심심해.."
"좀만 기둘려봐.."
"이 망원경은 완전 자동 망원경이라서 경통이랑 가대가 붙어있는데.. 아빠가 예전에 쓰던 망원경은 적도의 방식이라는 모양이 이거랑 다른 가대를 먼저 설치하고 지구가 자전하는 축을 맞췄었어.. 근데 이건 그런걸 맞추지 않아도 되는 뉴 테크롤로지 망원경이야.."
"심심한데 나 저기까지 뛰어갔다 오면 안돼?"
전혀 망원경에 관심을 안갖는다..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있는데..
"그럼 저기까지 갔다와. 아빠가 설치 다되면 부를께.."
"웅"
주차장 끝까지 뛰어가는 성연이를 뒤로한 채 쓸쓸히 망원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막 지고 있었다. 서울 하늘이라 별이 거의 안보이는데 밝은 별이 세개 보인다. 목동자리의 아크투르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 그리고 스피카 옆의 토성..
이 정도면 GoTo 기능을 쓰기 위해 망원경을 정렬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2)
"망원경 설치 다 됐어.. 어여 와!!"
"웅"
"이 망원경은 정렬을 해주고 이 콘트롤러로 무슨별 하고 선택하면 알아서 망원경이 자동으로 찾아주는 뉴 테크롤로지 망원경이야"
"그럼 토성 하면 토성을 바로 찾아줘?"
"웅. 달 하면 달도 찾아줘"
"그럼 태양은?"
"찾아주긴 하는데 지금은 해가 졌으니 하늘에 없다고 메시지를 띄우겠지.."
"신기하다."
"아빠가 예전에 보던 망원경은 그런거 없었어 일일히 별지도를 가지고 찾았어"
망원경 정렬을 하기 시작했는데..
봄철이라 정렬을 해야하는 아크투르스와 스피카가 천정에 높이 떠있다.. 망원경은 성연이 키에 맞춰 한껏 낮춰놨는데.. 거의 바닥을 기어야 파인더를 볼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굽히기 힘든 몸인데.. 아크로바틱하게 몸을 꼬아보지만 파인더를 볼 수 없다..
땅바닥에 누워서 간신히 파인더를 보고 맞추는데.. 아뿔싸.. 파인더와 망원경이 정렬되어있지 않다..3)
파인더에 별을 도입해도, 망원경의 시야에 안보인다.. 이런 낭패가 있나..
옆에서 별을 볼 생각으로 눈을 반짝거리며 기둘리고 있는 성연이가 눈에 밟힌다.. ㅠ.ㅠ
"이거 정렬하기 힘들다. 서울에는 밝은 별이 안보여서 정렬이 안돼.. 수동으로 해야겠다."
"토성 못봐?"
"자동이 아니어도 볼 수 있을꺼야.. 토성 한번 찾아볼께.."
복합굴절을 우습게 봤다. 예전에 쓰던 반사망원경에 비해 더 고배율인 복합굴절로 파인더 정렬이 안된 상태에서 토성을 찾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관측 자세도 어정쩡한데..
"오늘 토성을 못볼거 같아.. 시상이 안좋아.."
"엥? 그럼 뭐 볼꺼야?"
"달 보자 달.. 저기 그믐달이 지구 있자나.. 저거 보자.."
토성을 못맞추겠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12년의 공백이 이렇게 클 줄이야..) 급히 관심을 달로 옮겨가려고 했으나..
"아빠, 망원경 잘 안돼?"
"어.. 어.. 아니.. 그게 아니구.. 달이 지고 있으니 빨리 달을 보자는 거지.. 흠흠흠"
"그럼 달보고 토성보는거야?"
"지금 시간으로는 토성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빨리 보고 들어가서 성연이 숙제해야지.."
이 고배율의 복합굴절 망원경은 달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예전에 쓰던 망원경은 가대에 설치하고 무게 중심을 잘 맞춰주면 어느 각도에서든 딱딱 멈췄는데.. 이건 완전 자동망원경이다보니 콘트롤러가 아닌 손으로 움직이기 위해 잠금장치를 풀면 무게중심이 안맞아 고정이 안되는 상태.. 그믐달은 뉘엿뉘엿 지고 있어서 빨리 찾아야한다..
잠금장치를 풀고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밝은 빛이 들어왔다.. 달빛이다..!!
잠금장치를 잠그고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밝은 빛을 시야 중심에 놓고 초점을 맞췄는데..
가로등이다.. 이런.. 옆에서는 달이라도 볼 생각에 눈을 반짝반짝하며 성연이가 기다리고 있다..
아니 조금은 아빠의 능력에 의심을 품은 눈빛이다..
그래, 가로등이 시야에 들어왔으니 파인더 정렬을 하면 달을 찾기 쉬울꺼야.. 파인더를 정렬하자..
그런데.. 망원경이 가리킨 방향에 4개의 가로등이 가까이 붙어있어 어느 가로등인지 알 수가 없다.. 난감하다..
달이 뉘엿뉘엿지고 있다. 시간이 없다. 월령이 좋은게 악재가 될 줄이야..
"아빠 다 됐어?"
"어.. 거의 다 됐어.. 좀만 기둘려.."
"아빠 12년전에 망원경으로 하늘 거의 다 봤다고 하지 않았어?"
"어.. 어.. 그랬지.."
"근데 너무 못하는거 아냐?"
"12년의 세월이 아빠의 감을 무뎌지게 했어..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나봐.."
"나도 12년 후에는 아빠처럼 버벅거리고 살아야 돼?"
슬슬 말로 비꼬고 있다.. 무슨 딸래미가 이런 언어만 배웠는지. (아빠의 장점을 닮아야지 단점만 닮은거 같아.. )
"저기 주차장 한바퀴 돌고 와"
"차라리 그게 낫겠다. 심심해.."
성연이를 주차장 저편으로 보내고 낑낑거리면서 달을 다시 찾기 시작한다.
드디어.. 달이 시야에 들어왔다!!! GoTo 기능을 쓰고 있는 상태라면 이 상태에서 주자장 저 반대쪽으로 뛰어가고 있는 딸래미를 부르고 기다릴텐데.. 잠금장치 풀고 손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
망원경 접안부에서 눈도 떼지 못하고..
"성연아~ 달 봐봐.."
주차장 끝에서 한달음에 달려와서 간신히 맞춘 망원경의 접안부를 보더니..
"달이네.."
그믐달에 크리에이터도 거의 안보이다보니.. 그저 달을 크게 본 정도..
"아빠 더 크게 볼 수 없어?"
이제 막 망원경만 산지라, 고배율 아이피스가 있을리 없다.
"아이피스를 더 사야 돼.. 성연이가 오늘 엄마한테 잘 말해주면 아이피스를 더 살 수 있을꺼야"
"엄마한테 달보고 왔다고 자랑해야돼? 막 크게 보이고 멋졌다고?"
"웅 그래야 아빠를 도와주는 거고 성연이는 달을 더 크게 볼 수 있는거야.."
"알았어 그게 아빠를 위한거라면 그렇게 해줄께.."
"이제 달이 지니, 철수하자.."
"토성은?"
"늦었어, 가서 숙제해야지 토성은 나중에 보여줄께"
더 크게도 못보여주고.. 달이 지는 것을 핑계삼아.. 17분 설치하고 46분을 헤매고 3분동안 달을 보고, 12분 철수.. 총 78분의 급박했던 성연이와의 첫 관측은 이렇게 끝났다.
…………………………………………
집에 오니 와이프가 퇴근하고 와있다.
"성연이 오늘 아빠랑 천체망원경 보고 왔어?"
"웅"
"뭐보고 왔어?"
"달"
"멋있었어?"
"아니, 그믐달이라서 거의 안보였어"
"딴 건 안봤어?"
"아빠가 버벅여서 하나도 못봤어" (뜨끔)
"그럼 달만 본거야? 달에서는 뭘 봤어?"
"웅. 그믐달이라서 하나도 안보였어.." (아까 작전짠거랑 다르잖아!!!!!!)
와이프가 눈치를 팍팍 준다.. 비싼 망원경 사서 뭐한거냐는..
각주
2) 자동망원경의 GoTo 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망원경 정렬을 해줘야 합니다. 밝은 별을 선택하고, 망원경 시야에 선택한 밝은 별이 중심에 오도록 한 후 인식시켜주는 것을 2~3개의 별을 해주면 망원경이 그 위치를 기준으로해서 자동으로 원하는 천체를 찾아줍니다. 최소한 밝은 별이 2개 이상 보여야 합니다. 서울 하늘에서는 맑은 날이라도 공기가 안좋은 날은 별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3) 천체망원경에는 저배율이나 배율이 없는 파인더가 달려있습니다. 워낙 고배율이기 때문에 망원경만으로는 대상을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배율이나 배율이 없는 파인더와 망원경을 정렬해주고, 파인더로 대상을 찾습니다. 파인더의 중심에 대상을 도입하면 그 대상이 망원경 시야의 중심에 오기 떄문에 파인더 정렬은 관측 전 필수 체크 사항입니다. |
달.. 천체망원경 + DSLR 연결 촬영 / 2013.02.20 강화도에서 촬영 |
아크투르스 - 봄철 밤하늘에서 가장 밝에 빛나는 별입니다. 목동자리의 @별이며,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에서 왼쪽에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보면 오렌지색으로 보입니다. / 2013.4.19 강화도에서 촬영 |
스피카 - 봄철 밤하늘에서 두번째로 밝은 별입니다. 처녀자리의 @별입니다. 토성은 스피카 옆에 있기 때문에 토성을 찾을 때 기준별이기도 합니다. 아크투르스보다 오래된 별로 하얀색으로 보입니다. / 2013.4.19 강화도에서 촬영 |
별궤적촬영 - 떠오르는 황소자리와 목성 / 2012.07.08 수안보에서 촬영 |
"천체망원경을 하나 사야겠어요…"
잘 쓰던 디지털카메라 센서가 망가져서 새로 디지털카메라를 사겠다고 하고, 디지털카메라를 고르고 있던 때에 디지털카메라의 사양을 대폭 낮추고, 낮춘 만큼의 차액으로 천체망원경을 산다고 와이프한테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카메라 사양을 낮추면, 나중에 또 높은 사양의 것을 사지 않겠어요? 그럴바엔 지금 사양 높은걸 사는게 낫지 않아요?"
"어차피 별사진을 주로 찍을 건데.. 사양 낮은 것 중에 별사진 찍기 좋은 제품이 나왔어요. 그걸 사면 될 듯해요.."
"천체망원경 그거 사면 얼마나 쓸거라고.."
"성연이도 이제 3학년이니 천체망원경이 있으면 재미있어 할거에요.. 같이 별보러 다니면 되죠..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한번 보면 좋아할꺼에요. 천체망원경으로 볼 것은 매우 많아요. 평생 봐도 다 못볼 걸요. 무엇보다 별이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면 감수성도 풍부해질 것이고..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 살면 별을 못보다보니 별에 관심이 없어지는데 새로운 경험이 될꺼에요. 별자리를 보면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도 관심을 가지게 될거고 특히나 별 이름, 별자리 등등이 영어로 되어있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꺼에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게 뻔히 보였지만, 한번 지를 생각이 들면 언젠가는 지른다는 나의 고약한 지름 생활을 익히 알고 있던 와이프는 못이기는체 "그렇게 해요" 라고 허락을 했다.
12년만이었다. 천체망원경을 다시 사는 것이..
<문경활공장에서 촬영한 별사진>
망원경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고 성연이한테 먼저 넌지시 운을 떼둔다.
"아빠가 대포를 하나 사기로 했어.. 조만간 대포가 하나 들어올건데.. 차 뒤에 설치해서 막 쏘고 다닐꺼야.."
"엄마랑 얘기하는거 들었어 망원경 살꺼지?"
"아니 대포살꺼야"
"대포로 별이 보여?"
"대포는 별보는게 아니야. 차 뒤를 공격하는거지.."
"대포로 달을 보면 달이 어떻게 보여?"
"대포로 달을 쏴도 달은 폭발안해.."
말도 안되는 성연이와의 만담은 이어지고..
며칠 후 중고장터에 나온 망원경을 거래하기로 약속이 잡혔다.
회사에는 하루 휴가를 내고 망원경을 인수하러 분당까지 갔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사서 몇 년 묵힌 상태 좋은 망원경이었다.
별보려고 샀는데 사용법도 모르고 어디서 알아볼 수도 없다보니 무작정 들구 나갔는데 허연 점만 보이는게 눈으로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집안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던 장비라 한다.
천체망원경으로는 별을 보는게 아닌데…
집에 가져와서 설치해놓고 성연이한테 문자를 보낸다.
"집에 대포가 설치되었어.. 들어올 때 조심해서 들어와 바닥에 폭탄이 있어.."
성연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망원경을 보고, 뭔가 이상한지 이리저리 살펴본다.
"책에서 나온 천체망원경하고 모양이 다른데.."
"보통 책에서 나오는 망원경 사진은 굴절식이고, 이건 복합굴절이라서 모양이 좀 달라"
"망원경 안같아"
"이거 대포야.. 망원경 아냐.."
망원경에 전원을 연결하고 이리저리 컨트롤러로 돌려본다.
역시 천체망원경인지라 건너편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에 써져있는 글씨가 보인다.
"아빠. 이걸로 앞집 훔쳐볼꺼야?"
"이건 천체망원경이야 하늘보라고 하는거지 왜 남의 집을 들여봐?"
"앞 동이 다 보이는데.."
"집에 둘데 없어서 차 뒤 트렁크에 넣구 다닐꺼야. 아빠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지 말아줘"
이눔의 딸래미는 아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끔 의심스럽다.
천체망원경이 거실에 서있는걸 보고 막 퇴근하고 온 와이프가 살짝 한숨을 쉰다.
"이 인간 끝내 또 질렀군.."
<Meade ETX-125PE
125mm (5inch) / 1900mm / F15 / 막스토브카세그레인 / 포크식 GOTO경위대 / 뒤에 카메라 연결함.>
[초등학교 3학년 딸래미와 별을 보기 위한 천체망원경의 조건]
1. 천체망원경은 옥션, 지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파는 7~8만원짜리부터 수천만원짜리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입니다. 오픈마켓에서 파는 7~8만원짜리 천체망원경은 배율이 500배다. 토성의 고리를 볼 수 있다. 등등의 엄청난 성능이라고 광고하지만, 뿌연 달만 보여주는 정도입니다. 전문샵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나라는 천문 인구가 적어 전문샵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 개중 양심적인 곳도 있습니다.)
2. 천체망원경은 구경이 클수록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아이와 함께 별을 보러 매번 하늘이 좋은 지방까지 갈 수 있는 여력이 되시거나, 지방에 살아서 신작로를 따라 10리만 가도 별이 쏟아지는 곳이라면 8인치 이상의 구경이 되는 것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도시에 살고 멀리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달과 토성, 목성 등 행성 관측을 주 타겟으로 하여 3인치~5인치 구경의 천체망원경을 구비하는 게, 아이와 같이 별을 보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습니다.
3. 천체망원경도 굴절식, 반사식, 복합굴절식으로 구조에 따라 다릅니다. 천체망원경 하면 생각나는 형태가 굴절식 망원경입니다. 아이와 함께 별을 보러 갔는데 광축이 안맞네.. 냉각이 덜 되어서 상이 떨리네 등 시간을 보내게 되면 인내심이 부족한 아이들은 집에 가자고 합니다. 처음에는 관리에 손이 덜가는 굴절식으로 하는게 좋습니다.
4. 천체망원경만 손으로 들고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천체망원경을 거치할 가대도 구해야 하는데.. 카메라로 말하자면 삼각대 헤드를 말합니다. 천체망원경의 가대는 적도의식과 경위대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적도의식은 경위대식에 비해 설치가 어렵습니다. 가볍게 설치하고 철수할 수 있는 경위대식이 인내심이 부족한 아이들과 같이할 때 좋습니다.
5. 하늘을 보면 하늘에 별자리 선이 그려지시나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 저 별 옆에 있어라는 지식을 갖고 계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아이와 함께하는 걸 위해서라면 자동 망원경을 구하시는게 좋습니다. 최소한의 밝은 별 10개 정도만 이름과 위치를 외워두면 자동으로 대상을 찾아주는 편리한 망원경입니다. 또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춰 한번 잡은 대상을 추적해주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같이 보기에 편합니다. 다만 수동에 비해 비쌉니다. GoTo 기능이라고 합니다. |
<양평 벗고개에서 촬영한 은하수>